Exerciser

운동이 가르쳐준 감사함과 다시 걷는다는 것

ChangeFit 2026. 6. 8. 18:00

 

 

당연했던 일상이 특별해 진다는 것

 

운동은 힘들다. 몸이 아프고 숨이 차고, 때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기도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운동을 통해 몸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고, 예전에는 힘들었던 동작이 가능해질 때 느끼는 뿌듯함과 보람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요즘 운동을 하면서 종종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 있지만, 그 시간을 견디면 조금씩 나아진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분명히 달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 전 병원 정기검진이 있는 날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택시를 이용했을 것이다. 뇌질환으로 인해 운동신경에 손상이 있었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동안은 혼자 이동하는 것조차 큰 부담이었고, 외출을 할 때마다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꾸준히 운동을 해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운동 삼아 직접 다녀와 볼까?'

조금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하면서 걷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걸어보자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나의 모습

 

가방과 보조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지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여전히 순발력이 부족하고, 사람들과 부딪혀 넘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조심했다. 전철역 계단에서는 한쪽 끝으로 붙어 손잡이를 잡고 이동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천천히 움직였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계단 하나,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순간 하나도 지금의 나에게는 작은 도전이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했다.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는 묘한 감정도 함께 들었다.

검사 결과는 괜찮지만 여전히 몸은 불편했다. 통증도 남아 있었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래서 기쁘면서도 갈 길이 아직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이 정도만 해도 감사한 일 아닌가.'

큰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병원을 나온 뒤에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날씨가 유난히 좋았기 때문이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으니 조금 더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화를 신고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신던 단화도 생각보다 편했다. 그래서 동네를 천천히 걸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지만 걷다 보니 생각보다 몸이 잘 따라주었다.

'그래도 운동한 보람은 있구나.'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거리였다. 몸이 예전만큼 건강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문제점도 있었다.

몸의 긴장도가 여전히 높았고, 가끔 중심을 잃어 휘청거리기도 했다. 신경통증 때문에 한쪽 발바닥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불편함도 있었다. 걷는 동안 계속 통증을 의식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솔직히 그런 통증은 앞으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다. 아프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몸은 더 약해질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헬스장 운동뿐 아니라 걷기 운동도 병행해 볼 생각이다.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는 하루 20~30분 정도부터 시작해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려고 한다.

그날 걸으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몸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걷다 보니 바람도 느껴지고,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보였다. 길가의 나무와 꽃,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풍경들이었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런 평범한 일상조차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걷다 보니 점점 다리가 무거워졌다. 결국 근처 의자에 잠시 앉아 쉬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자체로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쉬었다가 다시 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걷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병원 방문은 단순한 정기검진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나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운동이 가져다준 변화를 직접 체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갈 길도 멀다. 통증도 있고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더 걸을 수 있고, 더 움직일 수 있으며,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힘든 날은 있겠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한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